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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스쿨
창업사례
  [(주)逢友里식품 이하연 사장]노점상 17년 만에 김치회사 사장님
우리 식단에서 최고의 반찬은 역시 김치다. 김치만 맛있으면 한끼 뚝딱 해결할 수 있다. 밥장사 17년 동안 김치만들기 한우물을 판 끝에 어엿한 김치회사까지 차린 사람이 있어 화제다.

주인공은 지난해 8월 벗을 만나는 마을이란 뜻의 봉우리(逢友里)란 김치전문 식품회사를 차린 이하연(47) 사장. 그는 식생활의 서구화에 따라 한국인의 1등 반찬 김치가 언제부터인가 천대 받으며 값어치가 떨어지고 있는 것을 늘 아쉬워했다. 그래서 우리 김치를 고급화시켜 이를 세계에 알리는 전도사가 되고자 김치회사를 세웠다.

50원짜리 만두 노점상서 출발

지금이야 번듯한 회사 사장님이지만 그가 걸어온 길은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지난 1987년 이사장은 남편과 이별 아닌 이별을 해야 했다. 군무원이던 남편이 호주로 언어연수를 떠나게 됐던 것.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남편을 해외로 떠나 보냈지만 2살과 3살 난 아이와 먹고 살 걱정에 앞이 막막했다. 그에게 남겨진 돈은 단돈 8만원. 먼저 만두 노점상부터 차렸다. 밤새도록 만두를 빚어 새벽부터 공사현장에서 50원짜리 만두를 팔았다. 아이를 등에 업은 채 노점행상을 했던 그는 “여자가 아니라 엄마라서 30살의 나이에 노점상을 할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벌이는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노점행상 특성상 이곳저곳 옮겨다니는 게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1년 만에 남편이 돌아와 직장생활을 했지만 이사장은 그때 번 돈 500만원으로 서울 대림동 시장에서 노점상을 계속했다.

“4식구가 살 한칸짜리 무허가 방을 350만원에 마련했는데, 결혼할 때 장만한 장롱이 들어가지 않는 거예요. 위와 옆을 잘라내고 커튼으로 가린 채 방에 들였죠. 그리고 100만원 보증금에 20만원 월세로 시장에서 노점상을 할 수 있었습니다.”

산낙지를 파는 노점을 인수했지만 살아 있는 것을 죽이지 못하는 그의 성격과 맞지 않았다. 이때부터 밥장사를 시작했다. 인근 봉제공장 인부들에게 1,000원짜리 밥을 냉면 사발에 듬뿍 담아줬다. 판자로 얽어 만든 4평짜리 점포가 12평으로 늘어가는 재미에 3년 동안 밥만 팔았다. 이때부터 김치를 담가 팔기 시작했다.

“전북 익산 촌동네에서 태어나서 중학교까지 자랐습니다. 김장철이면 마을이 잔치 분위기죠. 이때부터 맛을 배웠고 국민학교 때부턴 김치를 담글 정도가 됐습니다.”

하루 반가마씩 밥을 해서 나르면서도 하나도 힘들지 않았다는 이사장은 93년 처음으로 서울 우이동에 2층 단독주택을 구입했을 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감격에 겨워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이전까지 그의 삶의 목표는 내집 마련이었다.

91년 덕성여대 앞 45평짜리 가게를 얻어 식당을 차렸다. 인근에 100~200명이 동시에 들어갈 식당이 없었던 터라 그의 식당은 언제나 학생들 모임으로 북적거렸다. 옆가게를 터 100평으로 넓혔다. 6년 동안 쉬지 않고 식당을 운영하다보니 대학 교수들도 드나들 정도로 유명해졌다. 그의 김치 맛도 정평이 났다.

“당시 한 교수님이 김치 맛이 좋으니 한정식집을 하면 잘 될 것이라고 했죠. 그래서 경복궁 부근의 장원이나 향원 등 한정식집을 둘러봤습니다. 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97년 서울 역삼동에 한정식집 ‘봉우리’를 차렸다. 하지만 IMF 때문에 1년 반을 고생했다. 그렇지만 단골 손님들에겐 명절마다 인절미를 보내는 등 한번 온 손님을 놓치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현재 이 한정식집은 두채(230평)로 늘어났고 연간 30억원의 매출을 일으키고 있다.
그는 지난해 8월 김치전문회사 (주)봉우리식품을 차렸다. 17년 동안 밥장사로 어렵사리 번 돈 20억원을 투자했다. 전남 담양에 공장도 마련했다. 하루 생산되는 10여톤의 김치는 20여개 대리점을 통해 각 급식시설에 납품된다.

하루 1,300만원 매출을 올리고 있으며 올해엔 지난해의 두배인 약 20톤의 김치를 생산, 판매할 계획이다. 또 경기도 덕소에 1,500평 대지도 마련해 항아리 530여개에 김치를 묻었다. 여기서 고급김치를 만들어 낸다.

“국산 최고급 양념과 재료를 사용하고 땅속에 묻어 숙성시킨 최고급 김치를 만들기 위해 덕소에 항아리를 묻은 겁니다.”

그의 김치에 대한 ‘철학’은 소박하다. 김치에 대해 따로 공부를 하거나 연구를 한 적도 없다. 그저 어릴 적 시골에서 오감(五感)으로 느껴온 맛·향·모양새가 전부다. 그래서 그는 “김치는 추억으로 먹는 음식”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그러나 김치에 대한 열정만큼은 그 누구 못지 않다.

“어머니 손맛 나는 전통김치 선보일래요”

“강원도 사람은 수많은 반찬이 나와도 감자로 요리한 반찬에 손이 먼저 간다고 합니다. 어릴 적 먹어 본 추억의 음식이 뇌리에 남아 있는 것이죠. 엄마가 만들어주던 그 음식 맛을 평생 그리워하게 되는 것도 비슷하다고 봅니다. 김치도 마찬가지입니다.

과거에 맛있게 먹었던 추억을 갖고 김치 맛을 찾는 겁니다. 공장에서 대량 생산된 김치가 그런 맛을 낼 수 있을까요? 또 중국산 재료를 사용한 김치에서 추억을 느낄 수 있을까요? 김치는 우리 전통방식대로 만들고 먹어야 합니다.”

그는 지금도 직접 김치를 담근다. 물론 모든 종류를 직접 담그는 것은 아니다. 그만의 철칙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재료 선택과 양념 구입은 어떤 일이 있어도 자신이 직접 해야 직성이 풀린다. 새벽 5시면 농산물 시장에서 직접 모든 재료를 확인하고 구입한다. 그는 또 지방을 자주 다닌다. 최고의 재료를 찾아 직접 나서는 것이다.

일주일에 2~3번은 덕소의 김치 항아리터에 간다는 이사장은 땅을 더 넓혀 초가집을 짓고 외국인들이 한국의 김치를 제대로 맛볼 수 있는 관광명소로 만들고 싶다고 했다.
그는 자신의 이름을 딴 ‘이하연의 정선김치’를 전국에 시판할 예정이다.

“김치를 공장에서 만들면서 획일화되었습니다. 마치 어머니 손맛이 없는 공산품이 되어 버린 거죠. 김치만큼은 사람냄새 나는 우리 먹거리로 유지해야 합니다. 그래야 김치가 우리 식탁 중앙에 위치하는 주 반찬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우리가 김치를 천대하기 때문에 일본 등 다른 나라에서 먼저 김치를 세계적인 상품으로 만들려고 하는 것입니다.”

현재 그의 김치만 찾는 마니아 고객만 500여명. 그의 김치를 맛본 후로는 다른 건 먹을 수 없다며 그에게 전화로 주문한다.

그는 올 3월 전문경영인을 영입할 예정이다. 일본과 중국 등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김치 수출 길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또 올 가을엔 국내 최초로 김치전문점을 내고 프랜차이즈 사업도 시작한다.

현재 추세라면 회사는 올 한해 동안 47억원 가량의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아직 전체시장에서 미비한 수준이지만 봉우리식품 이사장은 갖가지 최고급 재료로 담근 명품김치, 단체 급식 공급용 김치로 승부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안에 김치전문점 프랜차이즈 사업과 해외시장도 타진할 예정이다.

“이젠 김치 할머니로 늙고 싶습니다. 우리 먹거리 김치가 우대받을 수 있도록 국내외적으로 노력할 생각입니다. 그러려면 일반김치보다 좋은 재료를 양심껏 사용한 명품김치를 만들어야 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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