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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스쿨
창업사례
  [부부창업 '따라잡기'] 찌개.오겹살店 '장뚜가리'

설 귀향을 하루 앞둔 지난 19일 오후 8시30분.

서울 광화문 정보통신부 뒷길에 있는 "장뚜가리"(장독뚜껑이란 뜻의 강원도 사 투리)란 음식점 문앞에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을씨년스런 명절전 시내 풍경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장뚜가리는 1년이상 묵은 김치로 만든 찌개와 두께 12mm의 쫀득쫀득한 오겹살, 여기에 맛깔스런 주점 분위기를 가미한 곳.

"찌개명가" "운암주가(酒家)" 등의 사인이 나붙은 점포안은 마치 유명 프랜차이 즈 가맹점 같은 모습이다.

그러나 이 가게는 한 부부가 손수 개발해낸 점포다.

외국계 은행원 출신인 아내 김지현씨(33)와 국내 굴지의 정보기술(IT)업체 과장 인 남편 박운암씨(가명.36)가 그 주인공.

지난해 8월 가게를 연 초보 창업자 부부가 어떻게 이런 훌륭한 점포를 만들었을 까.

한달 평균 2천만원의 순이익을 올리는 비결은 남편이 쥐고 있었다.

<>평범을 거부하는 기질이 경쟁력

운암(雲巖)은 남편의 아호(雅號)다.

그는 "아직은 한 회사에 몸담고 있는 투잡스(Two-Jobs)족이라 그냥 아호로만 불 러달라"고 했다.

하지만 "앞으로 2호점을 내게 되면 퇴직을 하고 가게 운영에 전념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씨는 13년 가량 직장생활을 하다보니 염증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럴수록 자기 사업에 대한 욕심이 커져갔다.

샐러리맨 생활을 벗어던지고 창업하는 여느 사람들과 다를게 없는 창업동기다.

그러나 그가 가진 경쟁력은 다른데 있다.

세상사는 방식이 보통 사람들과 판이했다는 것이다.

그는 평소 환경문제와 생태마을 같은 공동체적인 삶에 관심이 많았다.

1998년 결혼할 때는 아내에게 세계일주 여행을 약속했다.

실제로 1년뒤에 둘 다 사표를 던지고 1년간 세계여행 길에 올랐다.

아내는 씨티은행,그는 벤처기업에 있을 때다.

중국에서 유럽으로 가는 도중에 인도 북부의 생태마을에서 1개월간 농사를 짓기 도 했다.

그는 또 해외영업 파트에 오래 몸담아 7~8년간 한달에 한번씩 해외출장을 다녔 다.

모두 60개국을 드나들었다.

사장과 동행하다보니 그 나라에서 좋다는 식당은 모두 가봤다.

자연 외식사업에 대한 눈이 떠졌다.

그는 이런 경험을 환경문제와 연결시켰다.

"자연친화적인 먹거리를 만들어보자"며 음식점 창업을 염두에 뒀던 것이다.

<>아내에게 제출한 사업계획서

박씨는 지난해 5월 창업결심을 굳혔다.

그러나 아내 김지현씨의 반대가 문제였다.

박씨 자신도 멀쩡하게 직장이 있는데다 씨티은행과 HSBC 등에서 10년 가까이 경 력을 쌓은 아내에게 "창업하자"고 했으니 씨알이 먹혀들지 않았던 것.

"주택담보 대출을 받아 사업자금으로 써야할 형편이었으니 아내의 반대는 당연 한 것이었지요."

그러나 그는 굽히지 않았다.

바로 치밀한 사업계획서 작성에 들어갔다.

두부와 김치를 테마로 한 음식점 사업 리포트를 A4 용지 1백쪽으로 정리해냈다 .

그리고는 인테리어 사업을 하는 아내 친척분에게 사업타당성을 묻고 그 분 결정 에 따르기로 했다.

그런데 그 분이 충분히 승산이 있다며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왔다.

아내는 할 수 없이 백기를 들었다.

1차관문은 통과했던 것이다.

<>눈으로 확인한 입지

박씨는 큰 빌딩이 2개 이상 있는 오피스 상권이라면 식당을 해볼만 하다고 생각 했다.

그래도 점포 얻는 데 2억원 이상을 들이기는 어려웠다.

그래서 찾고 찾은 곳이 지금의 가게 자리.

계단 4개를 올라야 점포에 들어갈 수 있는 입지였다.

"식당은 바깥에서 안이 훤히 보여야 하는데 입지가 이래서 되겠나하고 생각했죠 .주변에서도 망하기 십상인 가게라고 하더군요."

그는 일단 입지특성을 파악해보기로 했다.

1주일동안 가게 앞에서 사람들의 동선(動線)과 통행량,주변 음식점 고객수를 하 나하나 체크했다.

점심 먹기위해 어디서부터 정통부 뒷길을 찾는지 알기 위해 여러 무리의 사람들 을 미행해보기도 했다.

예상외로 이 일대 직장인들의 점심시간 행동반경은 상당히 넓었다.

운암은 그때서야 확신이 생겼고 6월말에 과감하게 점포임대 계약을 맺었다.

<>묵은 김치를 찾아라

박씨는 이어 사업계획서를 더욱 구체화했다.

<>우리의 토종음식을 현대적 스타일로 살려내자 <>유기농 배추 등으로 자연친화 적인 음식을 만들자 <>12mm 두께로 고기를 잘라 새로운 맛을 만들자 등이 음식 의 주요 컨셉이었다.

이 과정에서 "1년이상 묵은 김치"를 생각해낸것은 기발한 착상이었다.

하지만 그런 김치는 정말 구하기 힘들었다.

씨알이 굵고 아삭아삭한 배추를 써야 오랜 기간 숙성시켜도 흐물흐물 해지지 않 는다.

"전국의 김치공장 4백곳중 2백곳에 연락해봤지만 1년이상 묵은 김치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대부분이 3개월 정도 된 "신 김치"였죠.겨우 전남의 유기농 하는 분을 알게 돼 묵은 김치를 구할 수 있었습니다."

월매출 6천만원,순익 2천만원의 신화는 이런 집념에서 비롯된 것이다.

'장뚜가리' .. 창업 초기 위기관리법

김지현씨 부부도 사업 초기에는 이런 저런 암초들을 만나야 했다.

첫번째 맞닥뜨린 벽은 자금문제.

2억원 정도로 예상했던 창업자금이 실제론 3억원을 넘어섰던 것.

인테리어비를 최대한 줄여보려고 했지만 원하는 구상대로 하다보니 당초 예상의 두배인 7천만원에 육박했다.

이전 음식점에서 덜컥 인수한 냉장고 등 집기도 금새 고장나 버렸다.

새 것으로 교체하는데 3천만원을 더 들였다.

박씨는 "운전자금이 없어 집 담보대출 외에 그동안 모았던 돈은 물론 직장대출 등을 다 끌어다 썼다"며 "돌이켜보면 조금은 무모했지만 당시로선 어쩔 수 없 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일단 자금문제는 한숨 돌릴 수 있었다.

다음으로는 종업원 문제.

노련한 음식점 종업원들은 자기 고집이 강했다.

음식점을 해본 경험이 없어 종업원들을 교육시킬 능력이 없었던 초보 창업자에 게는 종업원이 오히려 상전이었다.

자신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손님이 꽉 찬 점심시간에 "못하겠다"며 주 방을 박차고 나갔다.

박씨는 "그런 연락을 받을 때는 부리나케 가게로 와 직접 주방에 들어가야 했다 "며 고충을 설명했다.

이 부부는 더이상 물러설 수 없었다.

그래서 나름대로 마지노선을 정했다.

더이상 나가겠다는 사람은 잡지 않았다.

홀에서 일하는 종업원은 월급제에서 파트타이머로 바꿨다.

요리도 매뉴얼을 만들어 누구나 3일만 교육받으면 할 수 있도록 했다.

가게 운영을 시스템화 하면서 종업원 기강을 다잡았던 것이다.

대신 오후 3시부터 5시까지는 손님을 안받고 직원들이 쉴 수 있도록 했다.

이때부터 오히려 서비스 질과 생산성이 오르기 시작했다.

장뚜가리는 창업 첫달에 매출 3천5백만원을 기록했다.

3개월 가량 지나 지금 수준인 월 6천만원대로 올라섰다.

그는 현재 2호점 부지를 알아보고 있다.

뉴욕 등 해외 한인교포를 상대로 하는 출점도 구상중이다.

박씨는 "내가 특별한 사람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직장에서 사업계획 수 립하는 일을 수년간 했던 경험이 장사에도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자신의 경쟁력을 잘 챙기면 성공적인 샐러리맨 탈출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라 는 얘기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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