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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스쿨
창업사례
  [돈 버는 창업]“차곡차곡 적금 붓듯 책 배달”
“1995년 가을 무렵이었어요. 고등학교 동창과 소주 한잔 하는 자리였습니다. 대기업에 다니던 친구였는데, 거침없이 자신의 인생계획을 나열하는 거예요. 서른다섯에 26평 아파트를 마련하고, 마흔에는 내 사업을 하고…. 저는 안정된 직업은 가졌지만 그런 마스터플랜은 없었거든요. 대학을 졸업한 지 불과 3년 만에 ‘생각의 차이’가 벌써 그렇게 벌어져 있었습니다.”

당시 강용범(39) 아이북스쿨 재궁대리점장은 강원도 원주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체신공무원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공무원 자리를 박차고 나온 사연을 들어보자.

“그때나 지금이나 지방대학을 졸업해 직장을 갖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저는 다행히 1991년 체신공무원 시험에 합격해 치악산 근처 소초우체국에서 근무하고 있었습니다. 모두들 안정된 직장이라고 부러워했지요.”

그러나 술자리에서 나온 친구의 거침없는 한마디가 강점장을 흔들어놓았다. ‘나이 마흔엔 내 사업을 가지리라.’ 그의 결심은 뚜렷했다.

인터넷 사업에서 ‘쓴맛’

그래도 우체국 사무장 자리를 내던지기에는 고민이 많았다. 정년이 보장되는 공무원 생활을 포기한다는 것이 2남1녀의 아버지로서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일단 결심은 했지만 고민이 많았어요. 사표를 써 놓고도 ‘무려’ 2년 동안이나 책상 속에 넣어두고 있었으니까요.”

‘내 사업’ 하면서 사표를 만지작거리다가 ‘내 아이들’ 하면서 도로 집어넣기를 수백번도 더 했다. 그러나 결국 ‘내 사업’ 쪽으로 기울었다. 2000년 5월 강점장은 미련 없이 사표를 던졌다. 그의 나이 서른여섯이었다.

공무원을 퇴직하면서 강점장은 원주 생활을 접고 본가가 있는 경기도 군포로 올라왔다. ‘번듯하게 시작하겠다’는 뜻에서 창업 아이템은 한창 뜨고 있는 인터넷 사업으로 정했다.

어렸을 때부터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익혀왔던 터라 홈페이지를 제작하는 웹에이전시를 차리기로 한 것이다. 퇴직금 2천만원을 그대로 집어넣고, 한 경제단체가 운영하는 웹스페셜리스트 과정 수강생 4명과 함께 ‘미다스포닷컴’이라는 회사를 차렸다.

“제가 대표를 맡고 동업자들이 컴퓨터를 한 대씩 안고 들어와 안양시 호계동 국제유통단지에 문을 열었습니다. 이때가 정확히 2000년 12월26일입니다. 막상 회사는 오픈했는데 주문이 들어오지 않는 거예요. 아무리 열심히 뛰어다녀도 후발업체한테 홈페이지 제작을 맡기는 회사는 없었습니다.”

그나마 홈페이지 제작을 맡은 10여개 업체 가운데 몇몇 회사는 도산하는 바람에 미수금이 80%에 달했다. 창업한 지 2년이 지나도록 ‘강용범 사장’은 집으로 가지고 들어오는 돈이 한 푼도 없었다.

“내 사업이다 싶어서 창업을 했는데, 쓴맛을 먼저 봐야 했습니다. 아내와 3남매 보기가 미안했습니다. 공무원 시절에는 큰돈을 벌지는 못했지만 부끄럽다는 생각은 없었거든요. 군인공무원으로 퇴역한 아버지께 저희 다섯 식구 생활비 신세를 지다 보니 더 민망할 수밖에요.”

결국 강점장은 2년여에 걸친 인터넷 사업을 접고 만다. 올초 미다스포닷컴 창업 멤버들은 프리랜서로 독립하면서 회사는 사실상 문을 닫았다. 강점장은 그렇게 ‘내 사업’을 포기하는 듯싶었다. 그가 두번째 창업에 나선 데는 부인 명은해(38)씨의 설득이 크게 작용했다.

“그래도 저는 ‘내 사업이 낫지’ 싶었어요. 돈을 벌지는 못했지만 큰 빚을 지지는 않았으니 오히려 수업료치고는 괜찮은 것 아니냐고 말했지요. 대신 두번째 창업은 ‘아주 작게’ 시작하자고 권했습니다.”(명은해씨)

두번, 세번 고민하다 다시 시작한 사업이 도서 대여업이다. 도서 대여업은 가입비 1만원에 월 1만원을 내면 월 16권씩 책을 배달해 주는 업종이다. 99년 처음 선보인 이래 무점포·소자본 창업 아이템으로 성업 중이다. 강점장은 지난 1월 경기도 군포시 재궁동에 아이북클럽 대리점을 개설했다

“역시 입소문, 역시 아줌마의 힘”

“처음엔 이런 업종이 있었나 싶더라고요. 3남매 모두 책이라면 밤잠을 설칠 정도로 좋아하는데, 집에 책을 놓아두고 빌려주는 사업이라고 하니까 아내가 더 좋아하더라고요. 창업비용도 만족스러웠습니다. 아무리 작은 가게를 낸다고 해도 5천만원은 기본인데, 5백만원만 있으면 충분히 사업이 되니까요.”

강점장의 창업비용은 가맹비 2백만원에 도서 3백40권을 포함한 초도 물품비 2백30만원이 전부였다. ‘창업 준비’라고 할 만한 것도 별로 없었다. 막내아들 방에 책을 가지런히 정리하고, 인근 아파트와 초등학교 앞에 파라솔을 차리고 홍보 전단을 돌리는 수준이었다.

“모든 창업이 다 그렇겠지만 도서 대여업은 창업과 함께 문제가 시작되는 업종이더군요. 무엇보다 고객을 찾아다니는 일이다 보니 얼마나 고달픈지 알게 됐습니다. 체신공무원의 일이 소식을 전하는 것이라면, 이제는 설득까지 해야 했으니까요.”

‘독서 컨설턴트’ 되고 싶다

아이북클럽 재궁대리점은 인근에 풍성·장미·은성아파트부터 주공2단지를 포함해 8천 가구가 운집해 있는 곳. 아동인구만 5천명이 넘는다. 도서 대여업을 하기에는 안성맞춤. 문제는 경쟁업체가 난립하면서 경쟁이 포화상태라는 사실이었다. 강점장은 아이들이 원하는 도서 선정부터 시작해 ‘꼼꼼한’ 도서 관리로 승부했다.

“아무리 깨끗하게 읽는다고 해도 여러 아이의 손을 거치다 보면 책은 찢어지거나 더러워지게 마련이지요. 낮에는 아파트 장터를 찾아다니면서 파라솔을 펴고 홍보전, 저녁에는 대여가 끝나고 돌아온 책을 일일이 닦고 새로 포장했지요.”

특히 강점장은 초등학교에서 추천하는 책을 대여해 주는 데 집중했다. 학부모들보다 ‘먼저’ 학교에서 추천하는 책들을 배달해 주니까 부모들로부터 “알아서 챙겨줘서 고맙다. 옆집에도 소개시켜 주겠다”는 인사를 받기 시작한 것. 이렇게 입소문을 타면서 상담전화를 받는 건수가 늘어났다.

강점장의 수입원은 회원들로부터 받는 가입비 1만원과 월 1만원의 대여료. 본사 관리비로 월 12만원이 입금되고, 전단 제작비·홍보용 독서노트·차량 운영비 등으로 20만원 정도가 나간다. 강점장이 지난 1월 창업했을 때 첫달 고객은 불과 12명, 24만원 매출이 전부였다. ‘용돈벌이’도 안 됐던 셈이다.

그러나 “아이한테 책 읽는 습관이 붙었다” “덕분에 아들이 독후감 상을 받았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사업은 본 궤도에 오르는 단계. 지금까지 강점장은 1백80여명의 회원을 확보했다. 한달 수입이 2백만원이 약간 빠지는 수준이다.

“아침 9시부터 11시30분까지,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쉴 틈 없이 뛰어다녀야 해요. 이렇게 뛰어다닌 것에 비하면 수입은 만족 못하지요.”

강점장은 내년 4월까지 2백50명의 회원 확보가 목표다. 길거리 홍보에도 탄력이 붙고 있다. “막연히 광고 전단을 돌리기보다는 아파트 장터에서 파라솔을 펴놓고 장을 보는 아줌마들에게 홍보전을 펼치는 게 더 효과적입니다. 특히 초등학교 추천도서를 꼼꼼히 챙겨 학부모들로부터 추천을 많이 받았지요.”

자연스럽게 책과도 친해져 강점장은 독서지도사 자격증 준비를 하고 있다. 체계적으로 독서능력을 검증해 주는 ‘책 컨설턴트’가 되겠다는 바람에서다. 적은 수입이 만족스런 것은 아니지만 강용범·명은해씨 부부는 불만이 없다. 오히려 “그래도 남는 장사”라고 입을 모은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책을 원 없이 읽거든요. 이것이 재산입니다. 한번 망해 본 기억이 있어 망하는 것은 두렵지 않은데, 대신 이번에는 ‘적금’을 붓고 있잖아요. 아이들에게 책을 읽히는 것보다 더 좋은 적금상품이 어디 있나요?”

도서 대여점 창업하려면…


자녀를 둔 가정주부의 첫째 관심사는 아이를 잘 키우는 일이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육아와 관련된 사업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도서 대여업은 아이에게 책을 읽힐 수 있는 데다 무점포·소자본으로 창업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아이템이다. ‘회원’으로 가입해 직접 책을 받아보다 보면 ‘이런 사업이라면 내가 해도 좋겠다’는 생각도 들게 된다.


그러나 사업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가장 큰 문제는 회원의 집으로 책을 배송하는 일이다. 매주 한번씩 회원 가정을 직접 방문해야 하는데, 반경 2∼3㎞ 내에서 2백명 내외의 회원에게 책을 배달하는 일이 만만치 않다.


게다가 회원 모집부터 관리까지 책임지려면 일손이 모자랄 때가 많다. 주부나 학생 아르바이트라도 쓰면 그만큼 수익은 떨어진다.

창업비용은 적지만 수입 역시 시원치 않다. 가맹점의 수입원은 회원에게 받는 가입비와 월 1만원의 대여료. 프랜차이즈에 따라 가입비 가운데 일부는 본사에 입금된다. 여기에다 홍보 전단지와 스티커 제작비, 아이들에게 주는 독서노트나 알림장 구입비·차량 운영비 등으로 나가는 20만∼30만원을 제해야 한다.

경쟁도 치열해 20여 브랜드가 난립해 있고, 전국에 2천개가 넘는 도서 대여 대리점이 있다. 사업 지역을 확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여러 업체와 경쟁을 하다 보면 결국 회원을 빼앗기는 일도 발생한다. 예비 창업자들이 감안해야 하는 ‘현실’이다.

소자본·무점포 사업은 자본 투입 규모가 작다 보니 “쉽게 시작해 쉽게 포기한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4백만∼5백만원에 불과(?)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소액이라도 실패는 실패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영업 전문가’가 되는 것이다. 일단 시작하면 홍보에 가장 주력해야 한다. 최소한 초기 3개월은 집중적인 홍보를 해야 한다.


이상재 sangjai@joo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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