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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스쿨
창업사례
  [CEO 창업열전] 곱창 순대 요리점 ‘숲풀림’ 이재영 사장

대학 시간강사 수입으로는 더 이상 견딜 재간이 없었다. 한달 수입이 기껏 48만원. 5평 남짓한 옥탑방 월세를 지불하고, 라면 몇 박스를 사면 남는 게 없다.

라면이 물려서 힘든 게 아니었다. 영화, 연극 등 문화생활은 평생 즐기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다.

그때 27세였던 이재영씨가 무엇보다 힘들어 했던 것은 빚이었다. 경호사업을 벌인 지 1년 만에 빚진 돈만 5000만원가량. 그에게는 너무나 큰돈이었다. 시간강사 수입으로는 평생 갚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에 잠이 오지 않았다. 하루가 다르게 목을 옥죄는 빚에 대한 부담감이 그를 짓누르고 있었다.

“빚만 갚을 수 있다면 무엇이라도 해야 했습니다. 우선 떠오르는 게 장사더군요. 그러나 주변의 시선이 부담이 되었습니다. 명색이 대학 시간강사였으니까요.”

이는 사치스런 이유에 불과했다. 반년 남짓 고민하다가 이씨는 결국 스스로 타협을 봤다. 시간강사와 장사를 병행하기로 한 것이다.

창업자금은 200만원. 무엇을 시도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그는 이 돈마저 없어 누나와 여자친구의 카드를 빌려 만들었다. 그는 이 돈으로 1t이 채 안되는 중고 소형트럭을 마련하고, 곱창과 순대 재료를 샀다.

영업장소는 서울시 서대문구 북가좌동 삼호아파트 후문 쪽. 강사로 나가는 대학과 멀리 떨어진 곳이 아니었다.

1996년 10월부터 그는 낮에는 모 대학교 경호의전과 시간강사로 일하고,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새벽 2시까지 차량을 활용한 노점장사를 시작했다.

이는 작은 시작에 불과했다. 7년 만에 노점상에서 가맹점 110여개를 거느리는 사장이 되는 첫걸음일 뿐이었다.

첫날 수입은 3만원. 첫수입으로 괜찮다고 생각했다. 조금만 노력하면 한달 수입 100만원은 거뜬할 것이라는 소박한 생각에 미치자 행복감마저 느꼈다.

단골고객은 의외로 빨리 늘어났다. 부지런하고 꾸밈새 없는 그의 언행에 대해 주민들이 호감을 가졌다. 단골이 늘어나면서 이씨의 요리솜씨도 눈에 띄게 향상됐다. 단골들로부터 요리를 배웠기 때문이다.

“단골 손님들이 하는 ‘이렇게 만들어 봐라’ ‘어디에 가면 저렇게 하더라’라는 말을 귀담아 들었지요.”

이제 하루 24시간이 따로 없었다. 낮에는 대학, 밤이면 장사, 새벽이면 요리연습…. 한마디로 미쳤다. 보통사람으로는 상상도 하지 못할 이같은 강행군은 무술로 단련한 그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는 한때 대기업총수 경호를 맡을 정도로 뛰어난 무술가였다.

그의 이같은 ‘미친 성실성’은 장사 시작 7개월만인 97년 5월에 1일 매출 10만원을 돌파하는 것으로 보상받았다.

그는 점차 장사에 매료되어 갔다. 그는 욕심을 부리기로 했다. 곱창 순대 요리에 대해서만은 최고가 되고 싶었다. 시간이 날 때마다 맛있다는 전국의 식당을 찾았다. 97년은 요리 사사를 위해 ‘전국 음식점 순례’를 한 해로 얘기해도 될 것이다.

장사를 시작한 지 1년2개월만인 97년 12월. 그는 대학강사자리를 미련없이 던졌다. 도박에서 말하는 소위 ‘올인’ 선언이었다. 이제는 ‘죽느냐 사느냐’라는 세속적인 문장이 의미를 가질 때였다.

“그때부터 장사 이상의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프랜차이즈 사업 구상이 그림의 대강입니다.”

97년 말에 터진 IMF외환위기는 이사장에게 오히려 기회였다. 가격에 장점을 가진 노점이 부각되면서 노점상 매출이 급증한 것이다. 1일매출 100만원 돌파도 간혹 이어졌다. 탄력이 붙었다.

구매손님들로 노점상이 북적대는 것을 보고 주변에서 기술전수를 부탁했다. 소위 ‘자생적 프랜차이즈’가 이뤄진 것이다. 그에게 물건을 받아가는 노점상만도 20여명으로 늘어났다. 이에 힘입어 그는 서울 서대문구 북가좌동에 공장을 임대, 곱창과 순대 생산에 들어갔다.

“40평 규모의 작은 공장이지만 이곳에서 저의 미래 모습을 구체화시켰습니다. ‘이제부터는 장사가 아니라 사업’이라고 생각하니 힘이 솟구쳤습니다.”

그는 2001년 10월에 노점상을 하던 인근 지역에 직영점을 차렸다. 이는 만 5년 동안 해오던 노점상 시대를 마감하는 것 이상을 의미한다. 국내 최초의 곱창 순대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겠다는 의지의 표출이었다.

가게 규모는 6평 남짓. 곱창 순대 시범점포로 적절한 크기였다. 가게이름은 ‘숲풀림’으로 정했다. 숲처럼 깨끗한 사업을 하겠다는 생각에서다.

이듬해인 2002년 9월까지는 조금씩 가맹점이 늘어났다. 1개월에 2∼3건씩 가게를 오픈, 가맹점이 28개로 늘어났다.

그에게 또다시 기회가 왔다.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불황아이템인 곱창 순대가 부각된 것이다.

“1인분 5000원 남짓한 저가에다가, 당시 복고풍이 유행하면서 향수 어린 곱창 순대에 사람들이 몰렸지요. 마치 IMF 때를 연상케 했습니다.”

이후 최근까지 1개월에 5개 이상의 가맹점을 오픈했다. 2004년 1월 초 현재 가맹점은 차량을 이용하는 노점 가맹점 32개를 포함, 112개나 된다. 홍보 광보비 한 푼 안들이고 이만한 성과를 올린 프랜차이즈 업체는 좀처럼 찾기 힘들다.

숲풀림의 성장에는 무엇보다 입소문이 주효했다. 가맹점개설은 대부분 점주들의 소개로 이뤄졌다.

숲풀림은 창업비용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익을 내는 업체로 업계에 소문이 나있다. 10평 기준으로 하루에 60만∼70만원 매출을 거뜬히 올리는 곳이 많다. 가게당 1일 평당 매출이 10만원을 넘는 곳도 있다.

“순수익은 노점상들이 더 좋습니다. 노점상들은 부대비용이 나가지 않는 상황에서 매출이 늘고 있거든요.”

이사장은 오는 2월 새로운 브랜드로 프랜차이즈사업에 도전한다. 흑염소요리가 주아이템이다. 전라도 음식인 흑염소요리에 대한 연구는 끝냈다. 건강이 주요 트렌드로 부각될 것으로 보고 2년 전부터 준비한 작품이다. 때맞춰 국내에는 광우병 파동이 벌어지고, 웰빙붐이 일고 있다. 누군가 보이지 않는 손이 돕고 있는 것일까.

7년만에 하루 3만원벌이 노점상에서 세칭 일류기업의 임원급 연봉 수십배를 버는 이사장에게 그 요인이 무엇인지 물어봤다.

“운이 좋았습니다.”

짧은 한마디. 더 이상 말이 없다. 이 말은 기자에게 낯설지 않다. 내실 있게 성공한 사람들에게 가끔 듣는 말이다.

그러나 기자는 스스로 묻는다. 왜 이사장은 자신의 성공을 운으로 돌리는 것일까.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못내 궁금하다. (02)307-1104


[CEO 창업열전-성공키] 크든 작든 일단 시작하라


이재영 사장은 단 200만원의 창업자금으로 시작했다. 그 자금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노후화된 중고차량을 이용한 노점상뿐이었다. 장소도 다른 노점상이 없는 초라한 곳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일단 시작할 수 있다는 점만 생각했다. 시작이 크든 작든, 또는 화려하든 평범하든 그는 따지지 않았다. 그의 성공의 요체는 시작에 있다. 작게 시작하되 화려한 완성을 향해 돌진, 성공에 이른 것이다. 만일 화려한 시작을 꿈꾸었다면 그는 아직도 빚더미에서 헤매고 있었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작고 초라한 것을 꺼리는 사회풍토 속에서 그의 도전은 용기 있는 행동일 뿐만 아니라 탁월한 선택이었다. 결과를 놓고 얘기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이사장을 포함, 성공한 많은 사람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얻어진 투명한 결론이다.


/ hinoon@fnnews.com 정보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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