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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EO 창업열전] ’쪼끼쪼끼’ 김서기사장…맥주를 개성·색깔로 물들여
거칠 것 없는 바다를 돌진해온 바람은 코끝에서 난폭하게 부서져 나갔다. 거친 바람이 일으키는 산더미 같은 파도는 방파제에 부딪쳐 하얀 속살을 드러내며 뒤집어졌다. 잿빛 하늘을 날고 있는 갈매기의 울음소리도 괴괴했다. 추운 날씨와 계속되는 불황 탓인지 인적이 거의 끊긴 바닷가다. 그래서 겨울바다가 좋았다. 황폐한 풍경 그대로인 겨울바다가 시린 가슴을 달래주기에 더없이 좋았다.

1999년 1월 김서기 사장(당시 41)은 부산 광안리 앞바다를 찾았다. 모래밭에 앉아 수많은 그림을 그렸다. 30대 젊은 청춘을 불태웠던 날들을 돌이켰다.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는 지난 날의 그림은 결코 아름다운 것만은 아니었다. 아픔이 더 많았다. 어찌 보면 힘들고 바쁜 생활의 나날이었다. 그렇게 살지 않을 수 없는 날들이었을 것이다.

88올림픽을 전후해 부산 서면의 한골목에서 시작한 ‘영타운’ 생맥주집. 비어 있는 지하실 가게를 임차해 시작한 생맥주집을 4층까지 넓히는 과정에서 겪은 노력과 인간적 고뇌가 한꺼번에 몰려들었다. 하루 24시간이 짧다고 잠자는 시간까지 줄이며 체력전으로 버틴 격정의 세월이었다. 그 삶의 터전을 이제 떠나야 할 시간이 된 것이다.

그는 이제 그 투쟁의 10년을 놓아 보내야 한다고 생각하자 가슴 한모서리가 미어지는 아픔을 느꼈다.

‘건물주인이 바뀌면서 나가라고 하대요.”

새주인으로서는 당연한 처사였을 것이다. 당시 IMF외환위기 때에 장사가 잘되는 이곳을 눈여겨보고 건물을 매입한 새주인으로서는 김사장의 처지를 고려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이것은 어찌보면 배신일 수도 있었다. 새주인은 김사장의 지인이었기에 더 그랬다.

그러나 배신이라는 감정을 느끼는 것은 사치였다. 적어도 김사장에게는 그러했다. 그는 하룻밤 파티를 위해 수백, 수천만원의 옷을 사들이는 졸부들의 낭비와 다를 게 없다고 생각했다. 생존 자체가 무엇보다 절실했다. 어렵고 힘들 게 사는 것은 절대 원치 않았다. 가난은 아마 그가 기억하는 최초의 단어였을 것이다.

“여섯살인가 일곱살 때부터 폐품을 팔아 돈을 마련해 먹고 싶은 것, 갖고 싶은 것을 스스로 해결했지요. 집안이 어려웠다는 것을 알았거든요.”

그는 어떻게 해서든 일어설 것이라고 다짐했다. 굳은 결심을 가슴에 묻고 바닷가를 벗어나던 김사장의 눈에 확 띄는 것이 있었다.

‘점포임대.’

가게마다 붙어 있는 쪽지. 한두 곳이 아니었다. 거의 모든 가게마다 붙어 있었다.

“제가 하던 영타운 호프집은 장사가 잘됐어요. 그래서 다른 가게의 어려움은 전혀 생각을 못했지요. 소위 잘 나간다는 광안리가 가게임대 홍수라면 전국의 상황은 뻔할 것이라는 생각이 미쳤지요.”

그는 갑자기 자신의 머리 속이 환하게 밝아지는 것을 느꼈다. 승부처는 여기였다. ‘위기가 기회’라는 상투적인 어구가 그에게 절실한 의미로 다가왔다.

그는 이 기회를 장사가 아닌 사업, 부산이라는 지역에 국한되지 않은 전국적인 사업으로 연결시키기로 했다. 비어 있던 가게를 부산 최고의 가게로 만든 주류장사 경험을 바탕으로 결정한 사업분야는 역시 주류 프랜차이즈였다. 전국에 임대물건으로 나와 있는 가게를 자신이 구상한 프랜차이즈로 채우겠다는 게 사업의 요체였다.

그는 IMF 외환위기가 경제 근간을 바꾼 것처럼 음주문화가 바뀔 것으로 판단했다. 먼저 술집의 이미지를 바꾸기로 했다. 가족끼리 올 수 있는 ‘즐기는 술집’을 컨셉트로 설정했다. 입지도 따라서 기존 업체들처럼 시내 중심가가 아니라 주택가를 파고든다는 것을 방침으로 정했다.

“가족끼리 집주변에서 한두잔 생맥주를 마실 수 있는 술집이라는 개념은 당시로서는 획기적이었습니다.”

얼음생맥주시대를 연 ‘쪼끼쪼끼’의 탄생은 그 해 말에 이뤄졌다. 99년 12월23일 서울 성내동 강동구청 인근 주택가에 30평 규모의 직영점을 오픈했다.

영하 20도에서 얼린 맥주잔, 비어 클리너로 하루 두번 자동세척한 맥주관을 통해 받은 신선한 생맥주로 쪼끼쪼끼는 개점 초부터 각광을 받았다. 또 ‘서기 생맥주’, ‘그린 생맥주’, ‘한방생맥주’ 등 화려한 색깔을 자랑하는 기능성 생맥주를 개발해 고객들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주었다. 칸막이를 없애고, 밝은 색과 초가집 곡선으로 처리한 실내 인테리어는 즐기는 주류문화를 형성하는데 일조를 했다.

이같은 참신한 전략으로 직영점은 개점 초기부터 하루 15만CC의 생맥주를 팔면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무엇보다 놀란 것은 업체의 생리를 잘 안다는 주류 도매상들이었다.

가맹사업을 시작한 것은 이듬해인 2000년 6월부터였다. 그 해에만 60개의 가맹점이 들어섰다. 탄력을 받은 김사장은 가맹사업을 강화, 2001년에는 무려 230개를 개설했다. 단숨에 김사장은 업계의 기린아로 떠올랐다. 이에 쪼끼쪼끼는 한때 ○○쪼끼, 쪼끼○○, 쭈끼○○ 등 유사상표가 10여개에 이를 정도로 유명세를 탔다.

2004년 2월 현재 가맹점은 400여개. 이 와중에 경기도 하남시에 유통센터 두 곳을 건립했다. 런칭 5년만에 쪼끼쪼끼를 국내 생맥주 프랜차이즈 리딩브랜드로 성장시킨 그는 최근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그의 회사명은 ‘태창가족.’ 가족이라는 개념을 가맹점주나 고객에게 적극 확장, 전개한다는 게 그의 올해 화두다.

그는 성공에 대해 무슨 생각을 할까.

“시련은 또다른 성공의 기회를 예비한 하나의 과정일 뿐입니다. 긍정적인 사고는 제 생애를 지배하는 키워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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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noon@fnnews.com 정보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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