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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0 그녀, 꽃보다 아름답다"-김순진 사장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중략)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주) 놀부 김순진(51) 사장은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을 연상시키는 사람이다. 30대 중반 5평짜리 식당에서 출발, 16년만에 국내 최고의 프렌차이즈 기업을 일군 김 사장은 모진 겨울을 견디고 봄을 맞는 수선화같은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

 지난 98년 MBC `성공시대`에 소개된 바 있는 놀부는 현재 보쌈, 부대찌게 등 8개의 전통음식 아이템으로 전국에 약 342여개의 가맹점, 연매출 1000억원을 기록하는 대표적인 프랜차이즈 전문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동안 각종 프랜차이즈 대상, 지식경영대상, 산업포장 등을 수상했으며, ISO 9001 인증을 획득했다.

 # 감성경영

 “아름다운 동백꽃길 그대와 함께라면”

 김 사장은 지난해 겨울 제주도에서 골프를 치던 중 가까운 지인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그랬더니 반응이 다양하더군요. 어떤 이는 `왠 동백꽃?’이라는 문자를 보내는가 하면 누구는 `바쁜데 누구 약올립니까?’라는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어떤 사람은 `마음만은 그대와 함께’라고 보내더군요. 너무 재미있지 않습니까?”라며 그는 소녀같이 웃었다.

 김 사장의 집무실 한 쪽 벽에는 구상 시인의 `꽃자리’라는 시를 담은 액자가 걸려 있다.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라는 구절을 보면서 힘든 일도 웃고 넘긴다고 소개했다.

 김 사장은 어떤 상황에서도 시적 표현으로 자신의 마음을 함축적으로 표현하는 감성을 지녔다. 설악산에서는 "필래약수 한 그릇에 두 마음을 섞었더니 복사꽃 송이마다 수줍음이 가득하네“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등 지인들과 시적인 감흥을 나눈다.

 그의 문자메시지를 받은 사람들은 한결같이 마음속에 잔잔한 감동을 받았다며 답을 한다고 소개했다. 심지어는 본인보다도 주위에서 더 감동을 받는다는 이야기를 듣는다며 잔잔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세상살이의 작은 일 하나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길을 가다가 담쟁이 넝쿨까지도 흘려보내지 않고 들풀 한송이 까지 세심하게 관찰한다. 항상 현장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새로운 아이디어로 3년마다 히트상품을 만들어내는 김 사장의 탁월한 경영능력은 그만이 갖고 있는 감수성과 무관치 않아 보였다. 그는 여성발명 아이디어 현상공모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할 정도로 창의적인 아이디어 우먼이기도 하다.

 그러나 놀부 성공신화의 핵심적인 요인은 고객제일주의를 몸소 실천하는 인간 중심의 경영철학이다. 그는 가족이 교통사고를 당한 순간에도 예약고객을 먼저 생각해 점포로 달려와 일을 했고, 그 와중에 배달 주문까지 겹치자 고객과의 약속을 위해 남아 있던 단골손님에게 계산을 부탁한 채 쟁반을 들고 거리로 나갔던 얘기를 들려줬다. 그의 이같은 정성이 한국적 정서에 맞아 떨어지면서 전통음식으로 프렌차이즈에 성공하는 신화가 탄생했다.

 본격적인 가맹 사업은 89년 4월, 서울 동작구 상도동에 1호점이 들어서면서 시작됐다. 한번 시작된 놀부의 가맹사업은 하루가 다르게 번창했다. 까다롭게 가맹점주를 골랐음에도 불구, 한달에 1개 이상씩 늘어났다. 91년 3월에는 충북 음성에 식품공장을 준공, 체계화된 프랜차이즈 물류시스템을 완비했다. 2000평 부지에 700평 규모의 음성공장은 김 사장이 10년을 미리 내다보고 밀어붙인 작품이다.

 #노블리스 오블리제

 김사장은 성공한 기업인으로서 자신의 부와 경험을 사회에 환원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그는 89년부터 '놀부 장학회'를 운영하고 있다. 놀부장학회는 매년 '놀부 외식논문현상공모를 통해 750만원의 장학금을 내놓고, 직원 자녀들을 대상으로 매년 1500만원을 지급한다. 산학연계 차원의 특별 장학금도 비정기적으로 출연하고 있다.

 김 사장의 학구열은 이미 정평이 나있다. 그는 91년 처음으로 숭실대 최고경영자 과정을 다니기 시작했다. 그러나 초등학교 졸업 학력으로는 부족함을 채울 수 없다고 판단, 40이 넘는 나이에 공부를 시작해 96년 중·고등학교 과정을 검정고시로 마쳤다. 이어 대학 졸업 이후 경원대학교 관광경영학과 석사 과정을 거쳐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그는 사교를 위해 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을 다닌 것이 아니라 공부와 정면으로 승부하고 있는 것이다.

    김 사장은 또 2001년부터 전국 1만여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는 순수민간단체인 '상록회'의 총재직을 맡고 있다. 상록회는 1937년 남궁억 선생의 제자들이 모여 민족혼을 일깨웠던 정신을 살려 1970년에 결성된 전국규모의 단체로 소년·소녀 가장 돕기, 자연보호운동, 수재민 돕기, 인간 상록수 추대 등의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여성 최고경영자(CEO)들만의 교류의 장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지난 9월 27일 `21세기 여성CEO 연합’을 결성했다. 글로벌 시대를 맞이해 여성들도 세계적인 흐름을 접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 이를 위해 세계 유명 여성 CEO를 초청해 강연을 듣고 그들과의 네트워크를 만들어 간다는 야심찬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 꿈

 김사장에게는 3가지 꿈이 있었다. 첫째는 못다한 공부를 마음껏 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자식이 마음껏 공부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하는 것이며 세 번째는 깨끗한 인테리어의 넓은 식당을 하나 갖는 것이었다. 그는 이미 자신의 세가지 꿈을 이뤘다. 아니 처음 간직했던 꿈보다 더 많은 것을 이뤘는지도 모른다.

 그는 이제 더 나아가 놀부를 맥도날드에 버금가는 세계적인 프렌차이즈로 키운다는 꿈을 키우고 있다. 중국 시장 진출 제의가 쇄도하고 있지만 제반 여건을 꼼꼼하게 체크하며 신중을 기하고 있다. 일본 외식산업에 대한 연구를 위해 자주 일본 출장길에 오른다. 그의 해외진출에 대한 의지는 이미 지난 91년부터 시작됐다. 당시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말레이시아와 미국 등에 전통음식점을 진출시킬 만큼 개척자 기질을 보였다.

 "해외에 진출하는 목적은 돈을 버는 것도 있지만 선진화된 시스템을 갖춘 시장에서 경쟁을 해야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또 포화상태에 있는 국내시장의 숨통을 틔워주고 국가경쟁력 제고에 이바지한다는 사명감도 있습니다"

 김 사장과의 인터뷰는 약속된 1시간 30분을 훨씬 넘어 2시간만에 끝났다. 아쉬움을 떨칠 수 없어 기자는 한 가지 부탁을 했다. "저한테도 시적 표현으로 쓴 문자메시지를 보내주실 거죠"

박응식기자 ntc21@money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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