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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사례
  고객 줄세우는 노점상 3인

::: 고대 앞 ‘영철버거’ 이영철씨 - “써브웨이도 맥도날드도 울었다”

“영철버거 모르면 고대생이 아니에요.” 근처에서 만난 고대생은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지하철 고려대역 근처를 지나다 보면 ‘영철 스트리트 버거’란 현수막이 눈에 띈다. 조리대에는 소스에 볶은 고기와 야채가 먹음직스럽게 놓여 있고 학생들이 매대에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버거를 먹는 학생들과 조리를 하는 주인 모두 얼굴 가득 웃음을 띤 채 얘기를 나눈다. 3년간 2만여 고대생들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영철버거 사장 이영철(36)씨는 고려대 주변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는 유명인사다.

이씨가 고대 앞에 등장한 것은 지난 1999년. 토스트와 떡볶이 포장마차를 끌고였다.

어려서부터 중국집 배달원, 봉제 공장일, 식당 주방일, 막노동까지 안 해본 일이 없다는 이씨는 IMF 때 공사장 일을 하다 허리를 다쳤다. 어떻게든 먹고 살기 위해서 시작한 것이 노점이었던 것. 하지만 토스트와 떡볶이는 주변에 경쟁상인이 너무 많아 손해 보는 날이 많았다.

그러던 중 15년 전 레스토랑 주방에서 일할 때 야참으로 만들어 먹던 샌드위치가 생각났다. “일단 튀기지 않는다는 것이 장점으로 작용할 거라 생각했죠. 대량으로 만들면 재료비도 많이 들어갈 테니까 대학생들에게 어필할 수 있겠다 싶었어요.”

이씨는 두달여간 수십가지의 빵과 고기, 야채를 실험해 보면서 제품개발에 몰두했다. 만족할 만한 결과물이 나오자 이씨는 포장마차를 개조하고 ‘영철 스트리트 버거’라는 간판을 만들어 달았다. 기숙사 앞에 자리잡은 덕분인지 반응은 바로 나타났다. 가볍게 식사를 해결하고자 하는 여학생들은 물론이고 자취생들까지 가세해 영철버거는 폭발적으로 팔려나갔다.

1,000원을 내면 영철버거에 콜라가 무한 리필된다. 한번에 두세개씩 사먹는 학생들도 많다. 2년째 단골이라는 고대생 장정우(25)씨는 “세개를 사먹어도 질리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식당에서 사먹는 것보다 싸다”며 “이제는 등하교길에 습관처럼 먹는다”고 말했다.

하루에 팔리는 영철버거가 2,000개. 한달이면 6만여개가 팔려 나간다. 하지만 ‘학생들에게는 좋은 재료로 만든 음식만 판다’는 이씨의 철학 때문에 매출만큼 많은 마진이 남는 것은 아니라고.

바로 옆에 써브웨이와 맥도날드가 자리잡고 있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이 망설임없이 영철버거를 찾는다. 심지어 다른 가게 종업원들도 영철버거를 즐긴다고 이씨는 귀띔한다. 써브웨이 점장이 찾아와 자기 직원들에게 서비스 정신과 마케팅에 대해 조언해 줄 것을 부탁하는 일도 있었다.

이씨가 고려대 명물로 자리잡은 것은 제품의 질이 좋고 정성을 다하고 항상 웃는 모습이 학생들에게 호감을 얻었기 때문이다. 자신도 넉넉하지 않은 형편이지만 수시로 장학금을 내놓고 학교 축제 때마다 협찬도 아끼지 않는다.

이씨는 물가 상승에도 3년 동안 버거 값을 한번도 올리지 않은 것은 “돈보다 중요한 것은 내 정성을 소중히 생각해 주는 학생, 나를 찾아 주는 학생들이 있다는 사실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윤을 남기지 못해 더 이상 영업하기 힘들어지거나 현재 매출의 50% 이하로 줄어들지 않는 한 가격을 올리지 않겠다는 것이 이씨가 고대생들에게 한 약속이다.

그동안 전국 각지에서 프랜차이즈를 원하는 사람들이 숱하게 몰려 들었지만 이씨가 현재 내준 프랜차이즈는 20개에 불과하다. 주로 대학가의 젊은이들에게만 한정시켜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다. 박리다매에 고객을 위하는 영철버거의 정신을 살리기 위해서다.

이씨는 “한가지 제품을 팔더라도 그 제품으로 승부할 수 있다는 자신감만 있으면 성공할 수 있습니다. 노점이라고 망설인다면 무조건 실패한다고 봐야죠”라고 말했다.

::: 숙명여대 앞 ‘김민영 왕호떡집’ 김민영씨 - “머슴의 자세로 손님을 왕으로 모신다”

“단 한평 크기인 호떡집이지만 이제까지의 어떤 직장보다도 마음에 듭니다.”

김민영(47)씨가 운영하는 숙명여대 앞 남영역 근처 호떡집은 여느 호떡집과 다르다. 벽을 빼곡히 채운 신문기사, 방송장면이 우선 눈길을 끈다. 김씨는 나비넥타이를 매고 환하게 웃으며 손님을 맞는다.

그는 자신을 ‘주식시장의 왕손에서 호떡장사가 된 사람’이라 말한다. KT에서 15년 넘게 근무했던 김씨는 퇴직 후 주식시장에서 12억원을 굴렸던 ‘큰 손’이었다.

하지만 노점을 하고 있는 김씨에게서 왕년의 모습은 발견할 수 없다. 단정한 복장에 앞치마, 양손에 토시를 착용한 채 정성스레 호떡을 굽는다. 김씨가 호떡장사를 시작한 것은 주식으로 가산을 모두 날리고 난 후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다. “호떡이야말로 가장 소중한 존재입니다. 일확천금의 허황된 꿈에서 땀과 노력의 즐거움을 알려줬으니까요.”

김씨의 가게에는 ‘왕호떡을 굽는 김머슴’이라고 적혀 있다. 항상 머슴같은 자세로 손님을 모시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일단 호떡부터 다른 집과는 다르다. ‘왕호떡’이라는 이름답게 일반 호떡보다 1.5배 이상 크다.

반죽에는 생우유, 생크림, 계란 등을, 소에는 딸기, 복숭아, 호두, 건포도, 아몬드 등이 듬뿍 들어가 있다. 가게 한쪽 구성에는 1억원 보상 보험증서가 걸려 있다. “맛과 품질에서 모두 자신있다는 뜻이죠. 보통 호떡 같이 보여도 1년 반이나 투자해서 만들어 낸 작품인걸요.”

김씨는 서비스에서도 남들과 차별화된 모습을 보이기 위해 노력한다. 손님 손에 기름이 묻지 않도록 하기 위해 종이컵과 코팅 포장지를 준비하고 있다. 손님들이 가게 앞에서 호떡을 기다리고 있으면 깜짝 이벤트로 즐겁게 한다.

걸려 있는 마이크로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만담에 마술까지 배웠다. 최근에는 색소폰을 배워 저녁무렵에 간간이 불기도 한다. 손님을 모으는 데도 효과만점이라는 것이 김씨의 설명이다.

가게 앞에 놓인 오토바이로 배달도 한다. 부인 오연순씨가 가게에서 같이 일하는 오후 5시 이후에는 서울 어느 곳이라도 간다. 심지어 배달을 시킨 고객에게는 전화비로 100원을 돌려주기도 한다. 매일 김씨의 가게를 들른다는 숙대생 김지민(21)씨와 양은혜(21)씨는 “처음에는 지나가다 신기해서 들렀는데 이제는 맛 때문에 중독된 것 같다”며 웃었다.

김씨가 하루에 파는 호떡은 보통 1,300여개. 많을 때는 1,500개가 넘을 때도 있다. 한개 500원이므로 하루 매출만 65만원인 셈이다. 김씨는 “여름에는 호떡이 비수기라 1,000개 밑으로 떨어질 때가 많지만 찾는 손님들이 있어 쉬지 않아요”라며 “다른 호떡집들이 여름에는 다른 아이템을 찾는 경향이 있는데 그래서는 고객에게 사랑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올초부터 가맹점을 모집하고 있다. ‘김민영의 왕호떡’이라는 상표를 등록하고 현재까지 오픈한 가맹점만 54개에 달한다. 김씨는 기존 프랜차이즈와는 달리 50만원의 가맹비만 받고 모든 노하우를 전수해준다.

“아무나 가맹점을 주는 것은 아닙니다. 처음에 사람이 오면 가만히 호떡 장사를 지켜보게 하면서 그 사람 됨됨이를 살펴요. 저 사람이 정말 이 장사를 할 각오가 돼 있나를 보는 거죠.” 그러고 난 후에 일주일 정도 교육을 시켜서 가맹점을 내준다는 것이 김씨의 설명이다. 가맹점 중에는 김씨보다 더 많이 버는 곳들도 생겼다. 특히 고대점은 하루 판매량이 2,000개를 훌쩍 넘긴다.

“호떡을 사먹는 사람들 모두 저를 다시 일어날 수 있도록 도와준 고마운 분들이다”는 김씨는 “국내 1위는 아무 의미가 없고 세계 1위의 호떡집이 되겠다. 내년에는 캐나다를 시작으로 세계 시장에도 진출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 이화여대 앞 ‘내 영혼의 닭꼬치’ 노윤호씨 - “학생들 추억 속에 영원히 꽂히고 싶다”

매일 오후 2시 무렵. 이화여대 정문 앞에 모자를 눌러 쓴 노윤호(48)씨가 리어카를 끌고 나타난다. 이대 앞 명물 ‘내 영혼의 닭꼬치’의 등장이다. 잠시 후 리어카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고 지나가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한다. 메뉴는 닭꼬치 하나. 다른 점이 있다면 커다란 가래떡이 꼬치 위에 붙어 있다는 점이다.

노씨가 이대 앞에서 장사를 시작한 것은 1997년 초. 그 당시 메뉴는 ‘도깨비 방망이’라고 불리는 감자 핫도그였다. 출판사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해 일반 회사원에서 카페 운영까지 네번의 사업이 모두 뜻대로 풀리지 않아 고민하고 있던 그에게 노점을 하고 있던 후배가 ‘이대 앞에서 장사를 해보라’는 말에 50만원을 들여 리어카부터 장만했다.

왜 노점이었냐는 기자의 질문에 노씨는 “일단 돈이 안 들지 않느냐”며 “길에서 다시 시작하고 싶었어요. 모든 일은 길에서부터 시작되는 것 아니겠어요”라고 대답했다.

밑바닥부터 시작해보자는 마음가짐으로 노점을 시작했지만 장사는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 당시 유행하던 감자 핫도그는 경쟁자가 워낙 많고 여대생들 사이에서 별로 인기가 없었기 때문이다. 노씨는 다른 번화가의 노점을 돌아다니며 시장조사부터 다시 시작했다. “뭔가 차별화된 아이디어가 없으면 힘들겠더군요. 여대생들이 많은 이대 앞 특성을 충분히 살려야 된다고 생각했죠.”

노씨는 값싸고 한번에 여러 개를 먹을 수 있는 아이템으로 닭꼬치를 정했다. 몇달 간 요리책을 뒤져가며 고추장과 간장을 기본으로 스파게티 소스를 비롯한 20여가지의 재료가 혼합된 소스도 개발해냈다.

로즈마리와 월계수 등 허브까지 들어갔다고 노씨는 귀띔했다. 또 맛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해 노씨는 닭꼬치에 떡을 꽂았다. 여학생들이 떡볶이를 좋아하는 데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당시 베스트셀러이던 <내 영혼의 닭고기 스프>에서 ‘내 영혼의 닭꼬치’라는 브랜드도 따왔다.

고객들의 반응은 바로 나타났다. 군것질을 좋아하는 여대생들은 한개에 1,000원인 노씨의 닭꼬치에 열광했다. 학생들이 주로 하교하는 시간인 4시~6시 사이에는 좁은 리어카를 몇겹으로 둘러싸고 손을 내민다. 옆에 위치한 럭키아파트 주민들도 주고객이다. 특히 아파트의 어린이들은 노씨가 이름을 다 외울 정도로 자주 찾는다.

노씨는 모든 고객들에게 떡을 무제한으로 제공하고 먹기 쉽게 꼬치를 자를 수 있는 가위도 비치하며 주변의 상인들과 차별화 시키기 위해서 노력했다. 그 결과 노씨의 닭꼬치는 이대를 상징하는 명물이 될 수 있었다.

지난해 이대가 정문공사를 하면서 노씨의 노점을 철거해 달라는 요청을 했지만 학생들이 대자보를 붙이며 반대운동을 벌여 무산되는 일도 있었다. 노씨가 하루에 파는 닭꼬치는 약 400여개. 비수기인 여름은 겨울보다 10% 정도 판매가 줄지만 그래도 꾸준히 나가는 편이다. 원료비가 꼬치당 600원이므로 마진은 40% 선이다.

노씨는 닭꼬치가 이대 앞의 명물로 떠오르면서 방송 출연을 8번이나 했다. 특히 이대 출신 방송인들은 먹거리 프로그램이라도 맡으면 꼭 노씨를 찾는다. “방송에 나갈 때마다 부산이나 제주도 등 각처에서 가맹점을 내라는 제의가 들어왔어요. 하지만 가맹점은 내주지 않을 생각입니다.” 노씨는 ‘내 영혼의 닭꼬치’를 이대 앞에서만 먹을 수 있는 고유 브랜드로 키우겠단다.

“졸업생들이 연어처럼 학교 앞을 다시 찾아와서는 ‘학창시절 배고프고 힘든 시험기간에 아저씨의 닭꼬치 떡 리필로 배부르게 먹었다’고 말할 때가 가장 즐겁다”는 노씨는 힘 닿는 한 이대 앞을 계속 지킬 생각이라고 말했다.


박건형 기자 (are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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